상승세 주도하던 미주 노선 운임 0.04% 올라... 증가폭 둔화
동남아 노선 운임 3주만에 254달러 → 475달러 → 728달러
손소독제 용기를 제작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급하게 항공편을 구해 제품을 보냈다. A사는 그동안 배편으로 제품을 운송했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로 향하는 선박 운임이 급등하고, 선박을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비싼 항공편으로 제품을 보내 겨우 납기를 맞출 수 있었다. 제품을 수출하기 전 회사 내부에서는 운송편을 두고 격론이 오갔다. 항공 운임 역시 한 달 사이 30% 껑충 뛰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동남아로 가는 선박을 구하는 시간과 높아진 해운운임을 고려하면, 항공으로 보내는 편이 낫다고 결론 내렸다"며 "요즘 수출 업체 직원들이 모이면 운송편을 구하지 못해 납기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미주 노선 컨테이너선 운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동남아 노선 운임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운임이 저렴한 동남아 노선의 선박을 줄이고 미주 노선으로 보낸데 따른 것이다. 배가 없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선박 대란’이 확산하는 모양새여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1월 둘째주(13일)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1857.33으로, 한 주 만에 11.6%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SCFI 지수를 끌어올리던 미주 노선의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동남아 노선의 운임의 오름폭은 컸다. 11월 둘째주 중국~미국 서안 노선 운임은 1FEU(12m 컨테이너 1개)당 3887달러로 0.04%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국~동남아 노선 운임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728달러로 53.3%(253달러) 급등했다.
동남아 노선 운임은 △10월 9일 135달러 △10월 16일 158달러 △10월 23일 170달러 △10월 30일 254달러 △11월 6일 475달러 △11월 13일 728달러로 매주 치솟고 있다. 한달 사이 5배 가까이 뛰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주 노선에 이어 동남아 노선 운임까지 급등하는 상황에 대해 ‘연쇄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일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재고 비축 현상이 나타난 반면, 중국 기업은 제품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여기에 블랙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성수기까지 겹치면서 물동량이 뛰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 9월 전(全)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1472만TEU로 지난해 9월보다 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태평양 항로는 31% 늘어난 216만TEU를 기록했다.
이에 대응해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노선에 선박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자 불똥이 동남아 노선으로 튀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미주 노선은 보통 대형 선박이 투입되는데, 물동량이 늘어나자 4000~5000TEU급 중형 선박까지 미주 노선에 동원됐다. 동남아로 향하는 선박 수가 줄어들면서 이 노선 운임까지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해운 불황으로 대양(大洋)에 있던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당시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았던 동남아 노선으로 몰렸고, 결과적으로 동남아 노선의 운임도 하락했었다"며 "이번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당장 선복량(적재 능력)이 크게 늘어날 수 없어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HMM(옛 현대상선(011200))과 SM상선 등 15개 국적 컨테이너선사 대표들이 만난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원양쪽 운임이 오르다보니 동남아를 오가던 선박을 이곳에 투입하면서 운임료 급등이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라고 했다.
해운 운임 급등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자 정부와 국적 선사들은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미주 노선에 배를 임시 투입하고 있다. HMM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4척의 컨테이너선을 긴급 투입했고, SM상선도 다음달 컨테이너선 1척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박 대란’이 미주 노선을 넘어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박이 부족한 상황을 당장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적 선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머스크라인 등 외국 선사들에도 운송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역시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국적 선사의 선복량은 올해 10월 기준 77만TEU로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인 2016년 105만TEU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운임 결정은 시장의 몫이라며 사실상 방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출기업 제품을 긴급 수송하기 위한 항공 등 대체 운송편 마련에 대한 해양수산부나 국토교통부 간 논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운임 시장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며 "임시 선박 투입 등의 대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뒤 선박 운임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주목한다. 2021년 1분기 상황에 따라 ‘선박 대란’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중장기적 문제가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전망이 갈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9일 주간물류동향을 통해 "현재의 (선박) 수요 급등이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상이 발표됐다"며 "경제성장률 하락에 역행하는 수요 증가는 한계가 있고 코로나19가 통제되지 않는 이상 수요 증가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글로벌 선사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진 만큼 운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선박 수를 줄여 운임 하락을 방어했고, 하반기 들어 미주 노선 물동량이 증가하자 선박을 집중 투입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며 "이 전략이 한번 성공한 만큼 과거와 같은 조건으로 돌아가도 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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