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악화로 나랏돈 붓는 ‘세금의 저주’ 없어야
김광현 논설위원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이로써 국내 항공산업은 1988년 이후 32년 만에 대한항공의 독점체제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이번 합병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예컨대 국가산업 차원에서는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중요했을 것이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채권 회수에 무게를 두었을 것이다.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지만 소비자의 입장도 있다. 주무 당국인 국토교통부나 대한항공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점 대한항공이 여객이나 화물 항공료를 올리고, 기내식 메뉴가 줄고, 각종 서비스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게 이윤의 논리고 독점의 심리다. 독점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정부밖에 없는데 주요 주주로 대한항공과 한 비행기를 탄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용 문제도 주요 쟁점사항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합병의 전제로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중첩되는 사업 정리, 중복 인력 조정이 없다면 왜 항공사끼리 합병을 하며 어디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반도건설-조현아 3자 주주연합의 반발도 변수로 남아 있다.무엇보다 일반 국민인 납세자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재무적으로 부실한 두 회사가 합쳤다가 사정이 악화되면 산은의 추가 지원 말이 나올 수 있다. 작년 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뻔했던 현대산업개발이 소송을 각오하고 인수 계약을 취소한 것도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가 1년 내 갚아야할 단기 부채만 약 10조 원이다. 부실한 두 기업의 합병에 따른 동반 추락으로 밑 빠진 독에 나랏돈을 붓는 ‘세금의 저주’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점 대한항공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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