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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무서운 사람들] ② "집 못 산 사람만 벼락거지 됐다"… '부동산 블루' 시달린 무주택자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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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30 06:00 | 수정 2020.12.30 06:40

“무주택자들은 말 그대로 ‘벼락거지’가 된 셈이다. 이젠 집을 살 엄두도 안 나게 가격이 뛰어버렸고, 대출까지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전세까지 급등해 우울증이 걸릴 지경이다.”

한 해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은 더 커졌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전·월세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부동산으로 인한 심적 고통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부동산 블루(우울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내년 부동산 시장도 올해처럼 집값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에 현재 건설 중인 신축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이 대거 몰려 있다. /오종찬 기자

◇ 집 안 샀다가 ‘벼락거지’ 처지된 사람들… 팔았던 집 가격 오르자 한숨만

올해 무주택자에게는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한 해였다. 자영업을 하는 무주택자 김모(47)씨는 자신이 올해 벼락거지가 된 사람 중 하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벼락거지는 한순간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올해 집을 못 사 집을 가진 사람과의 자산 격차가 벌어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씨는 “3년 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했는데, 집값이 더 떨어지면 사려고 마음먹었다가 결국 올해 벼락거지로 전락했다”면서 “그때 집을 샀다면 이미 손에 수억원은 쥐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잠자리에서도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는 일찍 부동산에 뛰어든 사람들이 수억원을 번 반면 전월세로 버티는 사람들은 아무리 일해도 점점 뒤처지는 것 같다”며 “매장에서 물건을 하나라도 팔기 위해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밤이 되어서야 셔터를 내리지만, 오히려 코로나로 타격을 입어 시간이 갈수록 빚만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장인 최모(52)씨는 당초 살고 있던 집을 팔았다가 낭패를 봤다. 지난 2016년 강남 송파구의 아파트를 매도하고 전세를 살면서 청약에 도전했는데, 정작 그때 팔았던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뛴 반면 청약 기회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씨는 “팔았던 아파트는 당시보다 지금 가격이 3억원 올랐더라”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이제는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난민’ 신세가 됐다”고 푸념했다.

▲주택 종합 매매·전세 가격지수 변동률. /그래픽=이민경

◇ 덩달아 치솟는 전월세… 서울서 쫓겨나 경기도로 발길 돌린 세입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9년 만에 가격이 급등했다. 서울을 누르면 수도권이 뛰고, 수도권을 누르면 또다시 지방이 튀는 ‘풍선효과’가 반복됐다. 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새 임대차법이 역설적으로 전세난 심화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전월세 시장 역시 불안해졌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강북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최모(39)씨는 내년 1월에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아들이 신혼집으로 실거주할 테니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2년 전 2억원대에 구했던 전셋집은 마지막으로 임대차 계약이 있었던 지난 8월 4억원까지 올랐다.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새 임대차법은 ‘본인 또는 직계존·비속의 실거주’를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집주인들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졌다. 전국적으로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오르면서 최씨는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빌라에 거주하는 임차인 역시 전월세 급등으로 시름이 깊어지긴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민모(29)씨는 “사회초년생이어서 종잣돈이 부족해 빌라 월셋집에 살다가 전세로 옮기고 싶었지만, 부동산을 돌아다녀 봐도 전세 물건을 찾기도 힘들고 가격도 급등했다”면서 “집주인도 월세를 10만원 올려달라고 해서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외곽으로 빠져 월셋집을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 부동산 갈등, 사회 문제로 번져… ‘계급 사회’ 현상 뚜렷

전국적으로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부동산으로 인한 우울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살던 세입자 부부는 아파트 매입 문제로 다투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가격이 급등한 단지 내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는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한다. 

어느 지역 아파트를 샀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부동산 계급 사회’가 됐다.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와 빌라가 밀집한 지역. /김민정 기자

30대 직장인 박상수씨는 “부모님 도움을 안 받고 신혼집을 전세로 구했는데, 결혼할 때 집을 매매했는지 전세로 들어갔는지 그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인생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코로나보다도 단기간에 폭등한 부동산 때문에 더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집을 가진 사람들 역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는 40대 가정주부 조민지씨는 “10년 전에 이사하려던 지역은 현재 사는 곳보다도 몇억원이 더 뛰어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면서 “주변에서 유주택자여서 집값이 올랐겠다고 말하지만, 아이 교육 때문에 이사하고 싶은 동네 집값은 더 뛰어서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고 한숨 쉬었다.

내년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의 세율은 대폭 인상되면서 유주택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자료에 따르면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기존 3.2%에서 6.0%로 인상된다. 일반세율의 경우 현재 0.5∼2.7%에서 0.6∼3.0%로 오른다.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은 0.6∼3.2%에서 1.2∼6.0%로 대폭 인상된다.

국세청이 발표한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를 낸 1주택자는 19만2185명으로 2018년(12만7369명)보다 50.9% 늘어났다. 이들이 낸 종부세는 2018년 718억원에서 작년 1460억원으로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조씨는 “9억원이 넘는 집 한 채를 가지고 있지만, 집을 팔아 수익을 낸 것도 아니고 살고만 있었는데 세금만 올랐다”면서 “서울의 많은 아파트가 9억원이 넘는 게 현실인데 앞으로 세율은 더 올라간다고 하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 새해에도 집값 진정되긴 어렵다는데

올해 집값과 전월세 가격 급등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고통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전국 1439명을 대상으로 ‘2021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매는 69%, 전세는 77%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간한 ‘11월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집값이 오른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주택 매매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둔화되다가 지난 10월 중순 이후 상승폭이 다시 확대됐다”면서 “내년 이후 주택 매매가격은 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 등으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 전셋값은 4% 각각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는 내년에도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불안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전셋값은 입주 물량 부족과 임대차 3법 영향, 이주 수요 등으로 매물이 줄어 올해와 다를 바 없이 내년에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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