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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사미’된 부동산장관회의, 회의록 보니 생색내기만 [스토리텔링경제]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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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첫 회의를 시작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는 취지와 달리 대책이 본질과 멀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평을 들으며 벌써부터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석 달 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총 8차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를 통해 정부는 전월세전환율 인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 발표 등 부동산시장 안정을 겨냥한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서울 집값의 고공행진이나 전세 대란 등 부동산시장의 난맥상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최대 현안인 전세 대란에 대해 정부의 대책 발표가 늦어지면서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조차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19일 지난 8월 이후 이달 14일까지 총 8차례 열린 부총리 주재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내용을 전수 분석했다. 홍 부총리는 8월 5일 첫 회의에서 “정부는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매주 개최해 시장점검 및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8차례 회의를 통해 발표한 내용을 뜯어보면 대부분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부동산 문제의 본질적 문제와는 거리가 먼 ‘생색내기용’ 대책 투성이다.

본질과 거리 멀거나, 실효성 없거나

홍 부총리는 첫 회의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 자금출처 의심거래를 상시조사하고 결과도 주기적으로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까지 고가주택 자금출처 의심거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8월 26일 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때 한 번뿐이었다. 당시 정부는 고가주택 거래 가운데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1705건을 조사해 811건의 법령 위반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상 거래는 위법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거래에 한정돼 있다. 서울 부동산광장에 따르면 3월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거래만 4만7838건에 달한다. 위법 의심 사례 조사 폭을 확대한다 해도 고공행진 중인 집값이나 전셋값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8월 19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정부는 4.0%였던 전월세전환율을 2.5%로 인하하고, 임대차 분쟁에 대응해 6개 수준이었던 분쟁조정위원회를 6곳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월세전환율은 계약갱신청구권과 마찬가지로 기존 세입자를 보호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지만,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는 세입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또 분쟁조정위 추가 설치 역시 임대차 3법 개정을 계기로 늘고 있는 집주인·세입자 간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회의에서 부동산과 무관한 뜬금없는 정책 홍보에 치중하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8월 12일 2차 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0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한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정책 홍보 강화 차원에서 지난달 23일 7차 회의 때 부동산정책정보 원스톱 검색 사이트 ‘정책풀이집’을 출범했다. 주로 정책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 해명 등을 담고 있지만, 부동산 난맥상 속에서 실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깡통전세’ 등 예상 밖 부작용도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내놓은 정부 대책이 예상 밖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8일 6차 회의에서 매매 수요를 돌리기 위해 2022년까지 공급되는 분양주택 24만 가구 중 6만 가구를 사전청약을 통해 조기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인천 계양신도시를 시작으로 12월까지 경기도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약 9700가구에 대해 순차적으로 사전청약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전세로 몰리면서 해당 지역 인근에서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오히려 치솟는 ‘깡통 전세’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반면 최근 부동산시장 최대 현안인 전세 대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4일 8차 회의를 앞두고 “(임대차 관련) 추가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8차 회의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면밀히 점검·논의해 보겠다”고만 했다. 엉뚱하게 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특별공급 소득 요건을 완화해 청약 경쟁률만 높였다는 비판을 들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전세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사실상 단기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초 매주 열겠다는 약속과 달리 최근 회의 개최 일정조차 드문드문해졌다. 정부는 8월 5일부터 지난달 8일 6차 회의까지만 해도 매주 회의를 열었지만, 7차 회의는 지난달 23일, 8차 회의는 그로부터 3주 지난 이달 14일에야 열었다. 이번 주에도 열리지 않는다.

이렇다 할 효과 없이 점점 ‘용두사미’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시장에서는 “차라리 회의를 안 하는 게 낫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23번의 굵직한 대책에도 집값이 안 잡히자 종합 대책보다는 회의를 하고 소규모 대책을 발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 같다”며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면피성 회의만 할 게 아니라 전문가 의견부터 제대로 경청하고 정책을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종=이종선 신재희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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