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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 전망 선반영, 수출 호조로 급등
유동성 급팽창 따라 시중 자금 풀린 탓도
코로나19 확대·대처 따라 들썩이는 국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 전광판에 장 마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제공
주가 초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달 23일 2602.59로 2년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점에 오른 뒤 잇달아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 18일 2772.18까지 올랐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 와중에 세워진 기록이다. 장중에는 2782.79(12월14일)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1500 아래(3월19일 1457.64)로 추락했던 일은 까마득한 옛일로 잊히고, 주가 3000 시대가 곧 열릴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신한금융투자(3200), 대신증권(3080) 등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내년 코스피 지수 목표 상단을 3000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제이피(JP)모건도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 증가를 전망하며 내년 코스피 목표 지수를 3200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가의 강세 흐름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진다. 코스콤 자료를 보면, 2~3월 저점에 견줘 12월9일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각각 91%, 118%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의 수익률은 86%, 브라질은 83%, 인도는 80%였다. 일본 닛케이(64%), 독일(62%), 중국 상하이(27%), 홍콩(26%)보다도 훨씬 높다. 주식시장이 실물경제를 3~6개월 앞서 미리 반영한다는 통설을 고려하면 주가의 상승 흐름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의 내년 경제 사정이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올해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에서 올해는 우리 경제가 역성장(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1.1% 전망)을 면하기 어렵겠지만 내년엔 3%대(한은 3.0%, 한국개발연구원 3.1%)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실적이 좋다는 점도 긍정적인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내 주가 움직임과 높은 상관성을 띠는 것으로 분석되는 일평균 수출은 10월 22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4.8% 늘었다. 전년 같은 달보다 일평균 수출이 증가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11월에도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6.3%가 늘 정도로 호조세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 경제의 주류인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이 두드러진 것도 한 원인이다.
한편에선 이런 사정에 비춰 최근 주가 오름세가 타당하다고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주가 상승세가 과도하고 실물경기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평가의 근거 중 하나는 유례없이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다.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재정·통화 정책으로 풀려나온 거액의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을 밀어올린 가장 근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2018년 말 1.75%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네차례 인하 조처 뒤 0.5%로 떨어져 있다. 시중 통화량을 뜻하는 광의통화(M2) 잔액은 4월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선 뒤 10월에 3150조원대로 불어났다. 1년 전보다 9.7%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9월 기준 14.6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시중 돈이 소비·투자 같은 실물 쪽으로 잘 흐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가 거품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주가와 실물 간 괴리감의 또 다른 이유로, 양극화된 한국 경제에서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양지 쪽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은 한국 경제 전체 판도에서 형편이 양호한 축에 든다. 증시 1부 리그 격인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3분기(7~9월) 실적에서 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코스피 상장사(12월 결산 590개사)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2분기에 견줘 12%, 58%, 81% 늘었다. 경제 전반의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4분기에도 상장사 실적 호전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실적 전망을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167곳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달 27일 기준 33조5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실적 20조9750억원보다 60.1% 늘어난 수치다. 주식시장 내부에서 양극화가 심해진 사정 또한 주가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코스피 1~10위 종목(우선주 제외)의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899조원으로 전체 시총(1882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48%에 이른다. 지난해 초 이 비중은 36% 수준이었다.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시중에 자금은 넘쳐나는데, 초저금리로 은행 금리는 낮고, 부동산값은 이미 많이 오른 상황’임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여건은 여러모로 갖춰진 셈이다. 문제는 상승 폭과 속도다. 김한진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단기간에 재정을 이렇게나 많이 푼 적이 없다”며 “실물과 주식시장 간의 괴리는 완화적 재정·통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효과라고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김 위원은 “경제 사정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대개 2~3년은 걸릴 것이라 하는데, 국내 주가는 6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다 회복한 상태여서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덧붙였다. 국가별 비교에서 한국 주가 흐름이 두드러진 것 또한 방역 정책에서 거둔 상대적 성공의 효과인 동시에 그만큼 미리 빨리 올랐다는 뜻일 수 있다. 여기에 앞으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대처에서 비롯될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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